지금까지만 본다면, 2026년 KBO 리그는 굉장히 빠른 시기에 5강권 팀의 윤곽이 잡힌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볼멘소리가 들리더군요. 올해 KBO 리그는 김빠진다고요. 그래서 한 번 이게 얼마나 빨리 포스트시즌 진출권의 윤곽이 정해진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2026시즌 KBO리그가 정말로 싱거운 시즌이었나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준으로 다른 시즌들과 올해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으로 세울 수 있을까요? 아마, '정보 엔트로피'를 사용하면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보 엔트로피라는 게 뭘까요? 먼저 엔트로피라는 말을 잘 생각해 봅시다. '무질서도', 혹은 '복잡성'과 연관된 것이란 걸 알 수 있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앞에 '정보'가 붙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특정 기준을 가진 정보에 대한 무질서도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정보 엔트로피는 변수의 가능한 상태나 결과를 불확실도의 정도, 혹은 정보량으로 정량화한 수치(random variable quantifies the average level of uncertainty or information associated with the variable's potential states or possible outcomes.)라고 합니다.
그러면 정보라는 건 또 뭘까요?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모든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변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상태 공간(state space)를 기술하는 방법인 겁니다. 달리 생각해 본다면, 그게 정보 그 자체기도 하거든요.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정보란 말은 어떠한 지식의 총체, 혹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값, 이런 것들을 얘기하곤 합니다. 이걸 아주 좁게 생각해 본다면, 어떤 일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의 총합이 정보가 된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방향에서 이해한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설명도 가능합니다. 우선 일어날 일의 가짓수가 많다는 건 곧 정보량이 많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보량이 적다면, 다시 말해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상황, 결과가 뻔한 상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량이 적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방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라면 우리가 그 결과를 굳이 미리 알아야 할까요? 이건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보로서의 가치가 적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만약 이런 압도적인 결과가 없다면, 기대되는 결과 하나 하나가 가지는 정보의 가치가 상당할 겁니다.
이 방향에서, 무질서도, 다시 말해서 '엔트로피(Entropy)'가 정보 이론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나옵니다. 이 무질서도가 바로 정보량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성질, 즉 정보의 중요성과 정보량에 대한 가치를 담은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무질서도가 높다면, 달리 말해 엔트로피가 높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앞에 놓여 있다는 얘기고, 무질서도가 낮다면 뻔한 결과가 예상된다는 얘기일 겁니다죠. 그렇기에 '무질서도'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를 우리는 물리학의 개념에서 따와서 '정보 엔트로피(Information Entropy)', 혹은 이 개념을 세상에 처음 선부인 클로드 섀년(Claude Shannon)의 이름을 따 섀년 엔트로피(Shannon entropy)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정보 엔트로피는 어떤 수학적 특징을 가져야 할까요? 먼저 특정 사건 $X$에 대한 정보량을 $I(X)$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사건 $X$가 일어날 확률 $p(X)$와 정보량 $I(X)$는 반비례해야 합니다.
여기에 독립적인 사건 $Y$를 추가해 봅시다. 사건 $X$와 $Y$가 동시에 일어날 때, 총 정보량 $I(X,Y)$를 안다는 것은 곧 $X$에 대한 정보량 $I(X)$와 $Y$에 대한 정보량 $I(Y)$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두 정보량을 더해야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I(X,Y)=I(X)+I(Y)$).
정보량을 기술할 때는 아무래도 확률 $p(X)$에 대해 기술하는 게 편할 겁니다. 그런데 수학적으로 두 독립적인 확률 $p(X)$와 $p(Y)$가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확률의 곱인 $p(X,Y)=p(X)\times p(Y)$로 계산됩니다. 안에서는 확률을 '곱하지만', 밖에서는 정보량이 '더해지는' 구조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 때 가장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식이 바로 로그($\log$)입니다. 안의 곱하기를 밖에서 더하기로 쪼개주기 때문입니다.(여기에서 로그의 밑은 단위의 차이일 뿐 본질적인 성질은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보량은 확률의 역수($1/p$)에 대한 식일 테니, 이를 식으로 표현하자면 $I(X)=\log(\frac{1}{p(X)})=-\log(p(X)))$로 쓸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성질도 따르고, 아주 나이스하죠.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엔트로피의 정의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우리가 알아야하는 평균적인 정보량이 많거나 적거나를 얘기하는 게 무질서도를 기술할 때 직관적일 겁니다. 즉, 정보량의 기댓값을 구하는 것이죠. 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기술할 수 있을 겁니다.
psodds.com에서는 2001시즌부터 KBO 리그의 일자별/팀별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에 대해서는 2001시즌부터 경기를 할 때마다 모든 기록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걸 활용해서 얼마나 리그의 향방이 불확실한지, 혹은 너무 뻔한지를 측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시즌의 경우 몇몇 기사에서 너무 빨리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향방이 결정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곤 해서 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심플합니다. 우선 정보 엔트로피를 '포스트 시즌 진출 확률'에 적용해 보는 겁니다. 모든 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예컨데, 아래와 같습니다.
$$E(league) := -\sum_{i}\sum_{x}p_{i}(x) \log_{2} p_{i}(x)\tag{2}$$
$i$는 각 팀에 대해서, $x$는 PS 진출 상태, 즉 PS 진출 혹은 실패를 의미합니다. 이 식의 최대값은 현재 KBO 리그의 경우 10이 됩니다.위에서 말했듯이, 엔트로피의 최대값은 모든 경우의 확률이 같을 때입니다. 이 경우, 모든 팀들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50%로 같을 때를 의미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엔트로피의 최대값은 10이 됩니다. 만약 8팀일 때는? 8이 되겠죠. 다만, 9팀일 때는 좀 다릅니다. 왜냐 하면, 이 때는 네 팀만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각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44.4%일 때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생각한다면, 9팀일 때 엔트로피의 최대값은 8.92 정도 됩니다. (이 경우 한 팀이 가지는 엔트로피의 최대값이 $E_{max}(X)=-\frac{4}{9}\log_{2}(\frac{4}{9})-\frac{5}{9}\log_{2}(\frac{5}{9}) \approx 0.991$이 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식으로 로그의 밑을 2로 잡으면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에 대한 리그가 가지는 엔트로피의 최대값을 리그의 팀 수와 같이 정의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정규화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위 식을 사용할 거니까, 정규화는 훨씬 쉬울 겁니다. 그냥 현재 리그가 가진 엔트로피 값을 최대 엔트로피값으로 나누는 겁니다. 이 값을 아래에서는 '상대 엔트로피'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PS 진출 확률을 매일 계산하니, 위의 엔트로피 값을 매일 측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매년 엔트로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얼마나 빨리, 혹은 느리게 엔트로피가 줄었는지 계산이 가능할 겁니다.
Fig. 1은 2001시즌부터 2026시즌까지 KBO 리그의 엔트로피가 언제 최고점 대비 75%, 50%, 25%, 10% 미만선에 도달했는지를 그린 그래프입니다. 점선은 2026시즌 각각의 75%, 50%, 25%, 10% 지점에 도달한 경기 비율을 의미하고,(이를 앞으로 상대 엔트로피라 칭하겠습니다.) 그 선을 통해 다른 시즌과 비교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2026시즌의 시작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상대 엔트로피 75% 지점에는 꽤 느리게 도달한 편입니다. (2001~2025 평균 27.6%, 2026시즌 32.9%) 하지만 50%지점부터는 평균보다 빨리 도달했고,(2001~2025 평균 56.6%, 2026시즌 47.8%) 10% 미만인 지점은 2001시즌 이후 가장 빨리 도달했습니다. (전체 경기 수 대비 77.8%, 2001~2025 평균은 93.0%) 10% 미만 도달 시점으로 비교해 볼 경우, 2005시즌(79.0%)이나 2022시즌(79.6%)이 올해와 비교해 볼 만한 시즌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리그가 좀 빨리 김빠진다 싶은 겁니다. 이렇게 빨리 포스트시즌의 윤곽이 빨리 드러나다 보니, 리그 상대 엔트로피 평균값도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2001~2025시즌의 평균은 0.555였지만, 올해는 0.488이고,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0.5를 넘기지 못할 겁니다. 2001시즌 이후 0.5를 넘기지 못한 해는 2003년(0.442), 2010년(0.486), 2011년(0.484), 2019년(0.437), 2022년(0.459)으로 이번 시즌은 아마 아슬아슬하게 지난 26년간 '재미'라는 면에서 아주 아슬아슬하게 역대 뒤에서 다섯 번째가 아닌 여섯 번째로 김빠진 시즌이 될 겁니다. 물론 재미가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 윤곽이 늦게 나온다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 쪽 방면에서 본다면 리그가 많이 김빠지는 해였다는 건 사실일 겁니다. 특히나 당장 작년인 2025시즌의 경우 평균값이 0.647로 그보다 높았던 해는 2012시즌(0.652) 한 번 뿐일 정도로 시즌 끝까지 포스트시즌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해였다는 걸 감안한다면 더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합니다.
위의 인터렉티브 플롯은 2001시즌부터 2026시즌 9월 20일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에 대한 리그의 상대 엔트로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차트입니다. 2001시즌부터 2026시즌까지 비교하고 싶은 시즌을 선택할 수 있고, PNG 이미지와 인터렉티브 플롯(HTML)로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다른 시즌과 비교해서 2026시즌이 얼마나 빨리 5강 진출권 팀의 윤곽이 드러났고, 그로 인해 얼마나 김빠졌는지를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어떤 시즌이 엔트로피가 높아서 시즌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어떤 시즌이 김빠졌는지도 좀 더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별 게 없습니다. 2026시즌 5강 싸움이 너무 싱겁다는 얘기가 여러 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더 싱거웠나'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미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재미라는 건 심리적인 것이니까요. 그래도, 만약 '5강 싸움이 싱겁다'는 방향이면, 좀 더 주체적으로, 단순하게 정성적인 평가가 아닌 정량적인 평가가 거의 가능한 단계까진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시도한 평균 상대 엔트로피를 측정하는 방식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게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일이기도 합니다.
2001~2026 시즌의 계산 결과는 명확히 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번 시즌이 다른 해보다 좀 김빠지는 시즌이었던 건 사실이라고요. 바로 '볼멘소리'가 정량적인 수치로도 근거가 없는 건 아니란 얘기일 겁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계산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딱히 많은 것을 보여주지도 않고, 우리가 고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문제점도 아니란 얘기죠.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걸 통해 좀 더 '수치적'으로 즐길 수 있다면, 스포츠 산업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있기도 합니다. 이 계산이 야구팬들에게 재밌는 자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로 마치겠습니다.
2001시즌부터 2026시즌까지 상대 엔트로피가 최대값의 75%, 50%, 25%, 10%가 된 시점(경기 완료 / 정규시즌 전체 경기 수)과 리그 평균 상대 엔트로피의 비교표입니다. 순위는 평균 상대 엔트로피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 순위 | 시즌 | 75% | 50% | 25% | 10% | 평균 엔트로피 |
|---|---|---|---|---|---|---|
| 번외 | 2026 | 0.329 | 0.478 | 0.729 | 0.778 | 0.488 |
| 1 | 2012 | 0.487 | 0.716 | 0.853 | 0.893 | 0.652 |
| 2 | 2025 | 0.224 | 0.869 | 0.950 | 0.967 | 0.647 |
| 3 | 2007 | 0.482 | 0.726 | 0.873 | 0.905 | 0.641 |
| 4 | 2004 | 0.466 | 0.656 | 0.898 | 0.925 | 0.640 |
| 5 | 2021 | 0.318 | 0.603 | 0.974 | 1.000 | 0.624 |
| 6 | 2001 | 0.352 | 0.538 | 0.983 | 0.991 | 0.610 |
| 7 | 2024 | 0.213 | 0.757 | 0.918 | 1.000 | 0.604 |
| 8 | 2009 | 0.256 | 0.665 | 0.917 | 0.979 | 0.590 |
| 9 | 2015 | 0.338 | 0.557 | 0.950 | 0.996 | 0.583 |
| 10 | 2016 | 0.281 | 0.511 | 0.921 | 0.929 | 0.577 |
| 11 | 2006 | 0.228 | 0.615 | 0.903 | 0.996 | 0.574 |
| 12 | 2023 | 0.247 | 0.635 | 0.796 | 0.975 | 0.567 |
| 13 | 2018 | 0.299 | 0.517 | 0.850 | 0.985 | 0.557 |
| 14 | 2002 | 0.312 | 0.442 | 0.820 | 0.930 | 0.552 |
| 15 | 2017 | 0.222 | 0.440 | 0.864 | 0.953 | 0.536 |
| 16 | 2014 | 0.267 | 0.458 | 0.927 | 0.970 | 0.531 |
| 17 | 2020 | 0.183 | 0.582 | 0.888 | 0.910 | 0.530 |
| 18 | 2013 | 0.188 | 0.634 | 0.835 | 0.889 | 0.522 |
| 19 | 2008 | 0.248 | 0.502 | 0.863 | 0.931 | 0.522 |
| 20 | 2005 | 0.224 | 0.653 | 0.730 | 0.790 | 0.505 |
| 21 | 2010 | 0.190 | 0.549 | 0.724 | 0.838 | 0.486 |
| 22 | 2011 | 0.301 | 0.404 | 0.724 | 0.868 | 0.484 |
| 23 | 2022 | 0.233 | 0.476 | 0.600 | 0.796 | 0.459 |
| 24 | 2003 | 0.133 | 0.376 | 0.769 | 0.915 | 0.442 |
| 25 | 2019 | 0.199 | 0.261 | 0.679 | 0.922 | 0.437 |
2026시즌 평균치는 사실 정확히는 9월 20일까지의 '적분값'입니다. 다른 해의 경우 적분하는 범위가 시즌 전체 경기 수 대비 0~1까지기 때문에 적분값이 평균값과 같지만 2026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로 엄밀히 말해서는 평균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현상을 보는 데는 큰 차이는 없다고 판단해서 저렇게 넣었습니다. 아마 아주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지 않은 이상 0.5는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 2026 psodds.com